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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만난 브랜드 가치, '지속가능성'
게시일2022.07.29
과거의 소비와 달리 오늘날의 소비는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정의, 환경보호 등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까지 고려하여 제품을 소비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변화와 맞물려 심각한 환경 문제는 가구 업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구 브랜드도 다양한 규제도 있고, 전체적인 세계 흐름도 있어서 무조건 만들어내는 것보다 재활용, 또는 원래 있던 소재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느냐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리미엄 가구를 판매하는 편집샵 보블릭의 박래원 대표님의 말처럼 오늘날 가구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축제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2022년, 올해에는 특별히 '지속가능성'에 집중해 가구 브랜드에 지속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권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가구업계. 오늘은 밀라노 박람회에서 만난 뛰어난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이란 가치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구 브랜드 4곳을 소개한다.
지속가능성과 장인기술이 녹아든 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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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할 브랜드는 뛰어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러그로 유명한 브랜드, 간(Gan)이다. Gan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뛰어난 장인기술에 지속가능성을 합쳐 혁신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사진 속 러그는 유명 일본 건축가인 쿠마 켄고(Kuma Kengo)와 함께 작업한 Goz 컬렉션. Tsuchi, Kiri 및 Ame의 세 가지 러그(일본어로 안개, 비, 흙을 의미함)로 구성되어 있다. 숙련된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베틀을 짜 만든 러그에서는 수공예품의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울과 나무가 엮여 만들어진 조화로운 무늬에서는 작품 의도처럼 자연과 재료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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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재료. 간(Gan)에서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서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강의 모습을 그림처럼 담고 있는 러그. 이 작품은 스페인 디자이너인 알바로 카타란 드 오콘(Álvaro Catalán de Ocón)의 플라스틱 리버(Plastic River)라는 작품으로 100% 재활용 페트를 핸드 터프팅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가장 오염된 4개 강의 조감도를 보여줌으로써 환경 오염에 중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Goz 컬렉션이 은유적으로 자연과 재료의 공존을 보여줬다면 플라스틱 리버는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 재료와 작품의 메시지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Goz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이 러그 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손으로 쓸어 질감을 느껴보면 일일이 손으로 직조해 만든 러그 특유의 매력이 느껴진다. Gan의 브랜드를 빛내는 가치인 장인기술도 빠지지 않고 함께 녹아있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담으면서도 브랜드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비누병으로 만들어진 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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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빨간색 프레임이 눈에 띄는 테이블과 의자. 발코니에 있을법한 가구다. 실제로 이 제품을 발코니에서 사용하기 위한 제품으로, 이름도 직관적인 발코니(Balconi) 컬렉션이다. 이 제품은 디자인 및 산업 개발 스튜디오인 OiKo Design Office와 협력하여 제작되었는데, 재료로 비누 병이나 세제 병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아이디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컬렉션이 좀 더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의 세심함이다. 내구성이 좋지 않으면 재활용 소재를 쓰더라도 지속가능한 가구라고 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알루미늄 튜브로 구조를 만들고 나머지 부분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보여주기식 제품이 아닌 실제 사용과 품질까지 고려한 제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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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박람회 부스에 DP해둔 제품은 흰색 프레임의 발코니 컬렉션. 제품 옆에 제품을 만드는데 실제로 쓰인 원재료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함께 보여준 점이 직관적이다. 패셔너블하고 아트피셜한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인 디아블라(Diabla). Diabla가 목적에 충실하게 디자인한 지속가능한 가구 컬렉션, 발코니를 만나보았다.
제품 기한 이후까지 고려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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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대리석 기둥이 인상적인 이 제품은 타키니(Tacchini)의 밀 커피 테이블(Mill, coffee table). 상판은 나무로 기둥은 대리석을 사용해 만들어져 분리하여 재활용이 가능하다. 상판을 뚫고 나온 대리석 부분이 직관적으로 두 소재가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과감하게 시각적으로 이를 암시하면서도 심미적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롭다. Mill 테이블 외에도 제품 기한이 다한 이후까지 고려해 분해 및 재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된 Tacchini의 여러 제품들이 있다. 이 제품들은 기한이 끝나게 되면, 다시 분해되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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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모든 자재 및 반제품을 몇 키로(약 50km) 영엮 밖에 되지 않는 우리 지역 내에서 대리석을 공급 받아 제작했어요. 이를 통해 운송 문제도 피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피할 수 있었죠." 타키니(Tacchini)의 직원인 마이오리(Marilisa Dalle Nogare)는 타키니가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환경을 생각한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설명해주었다. 주변에서 자재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품질 또한 직접 제어할 수 있어 Tacchini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믿음직스러운 것이 특징. 감도 높기로 유명한 편집샵 보블릭의 박래원 대표님도 타키니(Tacchini)는 퀄리티와 디자인을 모두 갖춘 브랜드라고 평할 정도다. 지속가능한 가구를 만든다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좋은 퀄리티와 디자인의 가구를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타키니. 앞으로도 특유의 감도 높은 디자인과 품질로 만들어갈 지속가능한 가구들이 기대된다.
재활용 가능한 메탈로 만든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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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의자와 테이블의 금속 프레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두 제품은 모두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했는데, 이 알루미늄에는 사실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메탈 소재를 사용하기로 유명한 Alias. 밀라노의 부스도 모두 메탈로 이루어져, 이후 버리지 않고 모으거나 분해해서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메탈 외의 다른 재료 생산에 있어서도 많은 신경을 쓴다는 Alias. 브랜드 매니저로부터 Alias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가구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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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들이 기한을 다한 경우를 대비해 좋은 재료를 씁니다. 그래서 제품이 기한을 다하면 다시 분해해서 재활용이 가능하죠. 하지만 우리의 주요 목표는 지속력이 영원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드는 겁니다." 안드리아 브랜드 매니저는 알리아스(Alias)의 목표는 단순히 오래 쓰는 정도를 넘어서 지속력이 ‘영원‘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력이 영원한 제품은 재료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영원해야 한다. 여전히 튼튼해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으면 당연히 진정한 영원한 제품이 될 수 없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1979년부터 사랑 받아 온 Alias의 스파게티 체어(Spaghetti Chair)가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Alias의 영원이란 비전이 허황된 꿈이 아닌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가치임을 느끼게 된다. 비전을 단순히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가구부터 부스를 만드는 재료에까지 실제적으로 담는 브랜드 Alias.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전한 가치, ‘지속가능성‘이 소비자인 우리한테까지 와 닿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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