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직접 만든 의자, 앉을 수 있을까? 커버 이미지

피카소가 직접 만든 의자, 앉을 수 있을까?

게시일2023.05.12

"아름다운 것이 가장 유용합니다. 공간의 힘을 믿는 당신을 위한 보블릭 매거진, 인테리어티쳐에서 만나보세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들과 가장 밀접한 가구인 의자. 일평생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앉아서 일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 시간을 의자와 동행하기도 합니다. 특히 생각과 영감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의자를 주제로 한 작업들을 살펴보면, 의자 하나에 작가마다 다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몇 가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Van Gogh’s Chair, 1888

후기 인상주의의 거장인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그려낸 의자들을 첫 번째로 소개합니다. 반 고흐는 남프랑스에 소재한 아를(Arles)로 이사를 하면서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러 화가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유일하게 고갱만이 응해주었고, 고흐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안락 의자와 해바라기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고갱과 고흐는 서로 만난 후 영감을 교환하며 각자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흐는 작업 소재를 찾다가 자신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렇게 그려진 두 작품의 분위기는 극명게 상반된 각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유일한 재미였던 담배와 파이프가 놓인 의자, 왼쪽에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양파 박스가 등장하여 소박하고 여유가 없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Paul Gaugin’s Armchair, 1888

반면에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고갱의 의자 위에는 지식과 계몽, 그리고 휴식을 상징하는 책과 촛불이 올려져 있어 고갱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었던 여유로움을 표현했습니다. 작품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고흐와 고갱은 각자의 성향이 너무 달랐기에 서로 틀어졌고, 대조되는 상황의 반복으로 힘들어했기에 결국 고갱은 아를에 방문한지 2달만에 떠나게 됩니다. 고흐는 의자를 하나의 자화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않고 초라한 자신과 그에 비해 세련되고 넉넉한 고갱의 모습을 의자로 표현하여 자신의 감정과 위치를 표현하기도 하며 고갱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Chair, 1961 - Pablo Picasso

두 번째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 하나인 의자(Chair)입니다. 피카소는 도화지 위에다 의자를 다양한 모습으로 해체한 그림을 그린 뒤, 도화지를 오리고 접어 작은 의자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철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판금 장인에게 작은 조각을 크게 만들어달라고 의뢰하여 장인과 함께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피카소의 의자 조각은 2차원의 형태인 도화지를 간단하게 접고 절단하는 작업을 통해 3차원적인 입체 형태의 조각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조각 작품에서 단면의 모습과 완벽한 입체의 모습 둘 다 상상해 볼 수 있기에 감상자에게 차원을 초월하는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입니다.

One and Three Chairs, 1965 - Joseph Kosuth

유용한 아름다움을 제안하는 프리미엄 가구 셀렉트샵, 보블릭 매거진 - 심상윤 에디터

세 번째는 생각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개념 미술로 유명한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하나와 세 개의 의자(One and Three Chairs)’입니다. 코수스는 의자 사진과 실제 의자, ‘의자’의 사전적 정의를 한데 모아서 나열하여 의자를 세 가지 방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코수스는 작품속의 의자를 만들지도, 사전적 정의를 내리지도 않았으며 사진을 직접 찍지도 않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것을 가져온 뒤 전시함으로써 감상자들에게 기존에 예술이라고 통용되던 것들과는 다른 접근또한 예술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세 가지 형태 중 어떤 형식이 의자에 가장 근접하였는지 질문합니다.

의미상으로는 하나이지만 물리적으로는 3개의 형태인 이 작품은 감상자로부터 실제 의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작품입니다. 코수스에게 의자란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는 플랫폼으로 작용하였으며 훗날 개념 미술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의자에 대한 예술가들의 해석은 다양합니다. 여러분에게 의자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각자의 생각이 담긴 정의는 곧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최신 매거진

모든 매거진


1

/